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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의 중간 단계는 없을까

by 스토리플로우 2025. 4. 16.

여행은 좋아하지만, 그 안에서 ‘일’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망설여진 적 있나요?
사실 디지털 노마드의 삶도 흑백이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무를 수 있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여행과 일의 중간 단계는 없을까

 

 

여행과 일 사이, ‘느린 여행자’로 살아보기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종일 바닷가 앞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매달 새로운 나라를 옮겨 다니는 바쁜 삶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모든 노마드가 그렇게 극단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여행은 좋아하지만 '일하면서 여행하는 삶'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이들에게는 ‘느린 여행자(slow traveler)’라는 중간 지점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느린 여행자는 짧은 관광이 아닌, 한 장소에서 몇 주 혹은 몇 달을 머물며 그곳의 리듬에 적응하고, 현지의 생활에 가까운 방식으로 일상과 여행을 병행합니다. 이들은 반드시 매일 일하지 않아도 되며, 때로는 일 없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예를 들어 충분한 휴직이나 여유 자금을 마련하거나, 아주 가벼운 온라인 업무만 유지하는—으로 계획을 세우기도 하죠. 이는 본격적인 디지털 노마드 전환 전,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잘 지내는지를 실험해보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삶의 리듬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일에 대한 부담이 적으니, 여행 그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장소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나에게 맞는 도시와 나라가 어디일까’를 직접 겪으며 판단할 수 있다는 점도 큽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파리는 정말 살기 좋은 도시일까? 발리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내 일상과 어울릴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직 느린 체류를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느린 여행자의 삶은 디지털 노마드의 ‘프리뷰’와도 같습니다. 본격적인 전환 전, 자신의 삶이 어떤 변화에 강하고 어떤 변화에 약한지를 파악할 수 있죠. 이를 통해 나만의 이상적인 여행-일 균형점을 그릴 수 있습니다. 꼭 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 삶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체험해보는 것입니다.

 

 

 

‘리모트 워케이션’으로 현실 점검하기

요즘 기업 중에는 ‘워케이션(work + vacation)’을 허용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여행지에서 일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디지털 노마드의 한 축이기도 하죠. 하지만 워케이션이 항상 이상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여행지에서의 업무는 낭만만큼이나 많은 시행착오와 현실적인 문제를 동반합니다. 이 점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워케이션의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느린 인터넷 속도나 카페에서의 소음, 예상치 못한 시차 문제는 실제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또 낯선 환경에서의 집중력 저하,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시간 조율 등도 현실적인 도전이 되죠.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여행하며 일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질문을 구체적인 경험으로 바꿔줍니다.

 

워케이션은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일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좋은 실험장이기도 합니다. 바다 앞 숙소에서 일하면 에너지가 솟는 사람도 있지만, 조용한 산골이나 도심 호텔이 더 맞는 사람도 있죠. 또한 워케이션을 통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외부에서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도 스스로 세울 수 있습니다.

 

특히 40대 이후라면 체력, 가족, 재정 상태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워케이션은 단순한 로망을 넘어선 ‘현실 점검 도구’가 됩니다. 나에게 맞는 리듬을 찾고, 필요하면 다음번에는 더 나은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을 얻게 되는 거죠. 이는 향후 디지털 노마드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일하지 않아도 유지 가능한 ‘세이프 존’ 만들기 

‘일하지 않는 여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은 재정적으로 여유를 확보해두는 것입니다. 당장 디지털 노마드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몇 달간 수입 없이도 생활할 수 있는 ‘세이프 존’을 만들어두는 건 중간 단계의 중요한 전략입니다. 이건 단순한 저축 그 이상으로, 나 자신에게 주는 유예 기간이기도 하죠.

 

예를 들어, 매달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하고 그 3배~6배 정도의 금액을 모아두면, 여행지에서 일 없이도 여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확보됩니다. 이때 중요한 건, 그 기간 동안 꼭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나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괜찮을까?’ ‘지속적인 자극 없이도 만족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죠.

 

이 세이프 존은 단기 여행을 넘어선 장기 체류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외부 수입이 없더라도 삶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경험은, 자유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줍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 이후엔 다시 일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가벼운 원격 업무를 추가해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이런 준비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한 전 단계로 매우 중요합니다. 일과 여행의 균형이 아니라, 잠시 일에서 떨어져 온전히 나 자신에게 몰입해보는 경험은 그 어떤 로드맵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가 너무 거창하게 들린다면, 애초에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타이틀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의 유연성’을 찾는 것입니다. 노마드가 아니어도, 정기적으로 머무는 도시를 바꾸거나, 1년에 몇 번은 외부에서 일하는 습관을 만드는 식으로도 충분히 ‘나만의 리듬 있는 유목’이 가능하죠.

 

예를 들어, 계절별로 다른 지역에서 일하거나, 명확히 정해진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곳에서 일정 기간 머무르는 식의 생활도 하나의 유연한 모델이 됩니다. 꼭 새로운 도시가 아니더라도, 익숙한 도시의 다른 동네에서 머무는 것도 내 삶을 환기시키는 좋은 자극이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40대 이후, 특히 가족이나 고정적인 사회적 역할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현실적인 선택이 됩니다.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변화의 공간을 여는 방식’이죠. 이는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책임을 조율할 수 있는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름보다 ‘나에게 맞는 방식’을 발견하고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힘입니다. 내 삶의 조건, 에너지, 욕구에 맞춘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디지털 유목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 중간 단계야말로, 디지털 노마드를 시작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