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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가 된 40대들의 진짜 이야기

by 스토리플로우 2025. 4. 16.

회사 밖의 삶, 그 막연한 상상을 현실로 바꾼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지쳐서, 누군가는 갈망 끝에 떠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지털 노마드가 된 40대들의 진짜 이야기

 

 

왜 떠났을까, 퇴사 후 새로운 길을 택한 이유들

디지털 노마드로 전환한 40대들은 단순히 '여행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삶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자 하는 결심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김선희(47세, 전 IT기획자)는 대기업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후 퇴사를 결정했다. "회사 안에서의 성장은 한계가 느껴졌고, 늘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녀는 퇴사 후 6개월간 국내 여행을 하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되돌아봤고, 이후 태국 치앙마이에서 원격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광고업계에서 퇴사한 정민호(43세)는 10년 넘게 주말도 없이 일하며 번아웃을 겪었다. "몸도 마음도 망가진 시점에서 더는 이 방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냥 한 번 살아보자, 라는 마음으로 떠났죠." 지금은 발리에서 주 4일 일하며 여유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

 

또 다른 사례인 박연수(45세, 전 인사담당자)는 대기업에서 수차례 구조조정을 기획하며 '이건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한다. “누군가의 생계를 결정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스스로도 소진됐어요. 내 삶을 위한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결국 퇴사로 이어졌죠.” 그녀는 현재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HR 관련 온라인 코칭 서비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국가의 고객들과 일하고 있다.

 

40대의 노마드 전환은 젊은 층과는 또 다른 결단이 필요하다. 가족, 커리어, 재정 등 여러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는 절박함과,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일과 수입, 현실을 마주하다: 프리랜서의 경제적 진실 

노마드로 전환한 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그럼 돈은 어떻게 벌어요?"이다. 김선희는 퇴사 전부터 몇 년간 틈틈이 블로그 콘텐츠를 운영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는 콘텐츠 마케팅과 온라인 글쓰기 강의를 병행한다. "첫 3개월은 수입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가진 경험이 필요한 사람이 분명히 있었고, 그걸 전달할 수 있는 포맷을 만들면서 점점 자리를 잡게 되었죠."

 

정민호는 퇴사 직후 1년 정도는 그동안 모은 비상금으로 버텼고, 이후 지인 소개로 광고 카피 및 영상 기획 프리랜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40대라는 나이는 장점이기도 해요. 업계 경력도 있고, 프로젝트를 책임감 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신뢰를 얻기가 쉬워요. 단, 일거리가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평소 네트워크 관리와 자기 PR이 정말 중요해요."

 

박연수는 퇴사 직후 3개월간은 전혀 수익이 없었고, 그 시간을 자기 브랜딩과 콘텐츠 제작에 집중했다. “온라인에서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아무 정보도 나오지 않는 게 불안했어요. 그래서 링크드인, 브런치,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에서 나만의 메시지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녀는 지금 월 400~500만 원 수준의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

 

인터뷰 대상자 대부분이 강조한 것은 수입의 불규칙성과 초기 적응기의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동시에, 다양한 수입원을 만들어가는 전략과 자기만의 브랜딩 능력이 결합되면 충분히 지속 가능한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대와 30대 노마드가 체력과 모험심으로 움직인다면, 40대 노마드는 지속 가능성을 더 크게 고려한다. 김선희는 매일 아침 명상과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40대는 몸이 솔직해요. 밤을 새우거나 무리한 이동이 반복되면 바로 티가 나죠. 그래서 루틴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정민호는 한 달에 한 번은 아예 일정을 비워 "비워내기 주간"을 가진다. 이 기간에는 여행도 하지 않고, 일도 최소한으로 줄여 재충전에 집중한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노마드가 되었는데, 그 자유가 또 다른 과로가 되어선 안 되잖아요."

박연수는 '하루 3시간은 꼭 걷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걷는 시간을 루틴으로 만들어야 건강이 유지되더라고요. 그리고 그 시간이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해요."

 

여러 인터뷰 대상자들은 '루틴 유지'와 '스스로를 돌보는 기술'이야말로 40대 노마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요가, 걷기, 단식, 글쓰기 등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삶의 리듬을 조절하고 있었다.

 

 

관계와 외로움, 연결되는 방식은 달라고 필요는 같다

노마드의 삶에서 가장 예기치 않게 다가오는 감정은 '고립감'이다. 특히 40대는 오랜 관계에 익숙해져 있고, 일상 속 대화와 정서적 교류를 중요시하는 시기다. 김선희는 처음 치앙마이에서 지낼 때, "카페에 하루 종일 앉아 일은 해도 말 한마디 안 한 날이 많았어요. 그게 점점 쌓이니까 외로움이 너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라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녀는 의식적으로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하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또래 노마드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관계도 능동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시기더라고요.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동료를 한두 명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정민호는 현지에 사는 한국인 커뮤니티와 정기적으로 소모임을 하며, 온라인에서 글을 꾸준히 올리면서 '생각을 나누는 관계'를 만들어 간다고 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지만, 노마드가 된 이후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해요. 그게 조금은 낯설지만, 오히려 관계의 질이 더 깊어지기도 해요."

 

박연수는 주 1회 온라인 커피챗 모임을 열어, 다양한 국가에 흩어져 있는 동료 노마드들과 느슨한 연대를 이어간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정서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 외로움을 덜어줘요. 노마드는 혼자이지만 결코 외로워서는 안 되거든요."

디지털 노마드로서 40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결국, '삶의 리듬'과 '관계의 방식' 모두를 새롭게 설계하는 중이다. 그것은 단지 일하는 장소를 옮기는 변화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묻고 답하는 과정이었다.

 

40대에 디지털 노마드로 전환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또 하나의 질문에 직면한다. '이 삶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김선희는 현재 3년 차 노마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치앙마이에서의 반년, 한국에서의 반년 생활로 점점 반정착의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계속 떠돌기보다는, 익숙한 곳과 새로운 곳을 균형 있게 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민호는 '언젠가는 커뮤니티 하우스를 운영하며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살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의 자유도 좋지만, 공동체적인 삶에 대한 갈망도 있어요. 나이 들수록 정서적 안정이 중요해지거든요."

 

박연수는 아직은 노마드 생활을 계속할 계획이지만, '자신의 일과 삶의 방식이 점차 지역 기반의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한다. "고객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삶의 루틴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히니까 굳이 계속 옮겨 다닐 필요는 없더라고요. 내게 맞는 장소에서 더 깊은 삶을 만들고 싶어요."

 

이처럼 40대 노마드들은 단순히 공간의 이동이 아닌, 자기 삶의 리듬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속에 있다. 그것은 떠나는 여정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에 닿아 있다.